경상북도 여성비전 프로젝트 ① 여성주의=행복사회

한재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원장

여성이 행복한 나라가 우리 모두가 꿈꾸는 나라다. 왜냐하면 여성은 기본적으로 약하고, 관계적으로 불이익을 받기 쉬우며, 경제적으로 빈곤의 위험이 큰 존재이기 때문이다.

빈곤의 위험문제를 말한다면, 이를테면 이혼가정이 될 때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우선 빠지는 이는 여성이다. ‘여성주의(feminism)‘는 이러한 인식 하에 등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성주의는 비단 여성만을 위하는 관점이 아니라, 약하고 불이익을 받기 쉬우며 빈곤의 위험이 큰 여성을 배려하는 사회를 구성함으로써, 그 사회의 다른 모든 구성원들도 행복으로 이끈다는 관점이다. 오늘날 사회구성원의 행복을 구성하는 사회복지정책에서 이 점을 수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는 미국 버클리대의 길버트와 테릴(N. Gibert & P. Terrell)이다.

1995년 북경에서 개최되었던 유엔 제4차 세계여성대회 이후에는 여성주의를 넘어선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의 관점이, 성 평등화 전략 내지 행복한 여성을 위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것은 정부의 모든 정책에 성인지적 시각을 주류화하는 것을 말하는데, 성 분석이 이루어진 연후에 정책결정을 함으로써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혜택 받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코너(L. Corner)에 따르면 성 주류화는 세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사회의 전 분야에 여성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여성의 주류화’ 단계, 정책이 양성에게 미치는 서로 다른 영향을 검토하는 ‘성의 주류화’ 단계, 정책의 전 과정에 여성이 동등하게 참여하여 정책 주도세력의 전환을 가져오는 ‘주류의 전환’ 단계가 그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염두에 둘 때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성주의와 성 주류화의 관점은 성 평등문제를 많이 해결한 것이 사실이지만, 여성 중심적 인상을 주어서 사회 전체의 진심어린 지지를 받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한 제3의 전략이 ‘삶의 정치(life politics)’의 관점이다. 법과 제도 차원의 평등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와 생활에서의 여성의 불행감은 개선되지 않고 있음에 착안한 것이다. 여성이 일상의 삶에서 겪는 불편과 불안을 해소하는 정책을 펴서 여성 행복지수를 높인다는 발상이다.

생활정치의 관점은 원래 영국의 기든스(A. Giddens)가 제창한 것으로, 전 지구촌에 걸쳐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특히 최근 반세기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낸 일본 민주당의 노선이기도 하다. 좌와 우를 넘어서 올바르고 행복한 선택을 생활 속에서 지향하는 것을 말한다. 좌와 우에 여전히 집착하는 ‘해방의 정치(emancipatory politics)’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한국에서 삶의 정치의 관점이 정책화된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특별시의 ‘여행(女幸) 프로젝트 2010’이다. 2008년에 성안된 이 프로젝트는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도시생활적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다. 여성이 도시생활에서 느끼는 불편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여 크게 5대 중점과제, 90개 사업을 전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돌보는 서울(16개 사업), 일하는 서울(12개 사업), 넉넉한 서울(16개 사업), 안전한 서울(9개 사업), 편리한 서울(37개 사업) 등이 그것이다. 이들 사업에 2010년까지 모두 5,128억원을 투입한다는 서울특별시의 의욕적인 프로젝트라 할 것이다.

지역에서는 경상북도가 경북여성정책개발원과 함께 금년에 수립하고 있는 ‘경상북도 여성비전 프로젝트 2010-2014’가 삶의 정치의 관점에서 여성의 행복을 구상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지난 7월 23일 ‘경북 여성정책 미래포럼’을 도내 전 지역 여성들이 참여하고 개최한 바 있으며, 여기에서 수렴된 의견을 반영하여 금년 11월까지 경북여성의 행복한 미래를 열기 위한 비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높女라! 경쟁력 있는 여성의 가치!’, ‘누女라! 여성과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 ’그女라! 세계와 소통하는 여성의 미래!‘를 3대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그 하위체계로는 7대 전략, 21개 액션 플랜을 상정하고 있다.

중심이 되는 7대 전략은 지속가능한 여성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일자리전략, 여성이 주도하는 녹색경북을 실현하는 참여전략, 경북여성문화의 르네상스를 이룰 문화전략, 든든한 안심보육과 교육서비스가 제공되는 돌봄전략, 다문화가족 어울림 경북을 지향하는 다문화전략, 여성친화적 환경조성을 지향하는 환경전략, TOP 경북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책전략 등이다. <계속> 


                                                                                [한재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