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수필>

                                                                                                                     이인구

      최근 어느 기업인이 회사를 말아먹고 경영권을 내놓으며 뱉은 말이 月落不離天이었다 달이 지더라도 하늘을 떠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니 몸은 회사를 떠나도 마음은 떠날 수 없다는 것.  고별사치고는 낭만적이네..

    고백을 벌건 대낮에 했다가는 될 일도 되지 않듯이 사랑은 달빛 아래에서..
그래서 달은 왠지 좀 낭만적인 느낌을 준다 .작가 이병주도 햇볕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던가.

오늘은 정월 보름이다  아무리 정보화시대라지만 양력만 쓸 수는 없는 것이 제사고 생일이고 모두 그 잘난 양력을 두고 음력으로만 쇠니..   특히 바닷가에서 고기를 잡거나 양식을 하는 사람은 양력보다 음력이 더 중요하다. 바닷물의 들고남이 달의 인력引力으로 말미암으니 음력이 더 중요할 수 밖에.

   달은 차고 이지러짐을 반복하면서 우리에게 영원한 것은 없다는 단순하면서도 무서운 철리를 알려준다.
아무리 하늘을 꿰뚫을 권세라도 정점을 찍고 난 후에는 내리막길이고 죽은 줄 알았던 불씨도 때가 되면 다시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는 법이니 잘 나간다고 뻐길 일도 아니고 못 나간다고 기 죽을 일만도 아니다
주역의 원리는 한 마디로 파동波動이란다. 모든 것이 영고성쇠를 반복한다는 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렇다고 그믐달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어느새 초생달로 환생한다. 소동파가 적벽부에서 읊었듯이 강물이 흘러가도 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달이 기울어도 달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 변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한 순간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고 변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보면 모든 것의 본질은 있는 그대로일 뿐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름달의 충만함을 만끽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1년 동안 보름달은 12-13번 밖에 없다 . 그나마 비오고 눈오는 날 빼고, 바빠서 하늘 한번 쳐다볼 여유없는 날 빼고, 밤이지만 밝은 곳에, 아니면 실내에 있어서 달을 볼 수 없는 날 빼면.. 그대는 1년에 보름달 몇 번이나 보시오?

   10여년 전에 친한 선배들과 <보름달회>를 만들어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밭에 올라가 보름달을 쳐다보며 술을 즐겼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은 장로가 되는 바람에 술을 못 마시게 되고 어느 사람은 건강이 좋지 않아져 술을 못 마시게 되고 어느 사람은 김천을 뜨는 바람에 만나지도 못하게 되고.. 그러니 영원한 것은 없다는 그 법칙은 여기에도 엄격히 적용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그 법칙 뿐이란다

내가 자란 시골은 지금 생각하면 전래의 풍습이 참 많이 남아 있었던 곳이다. 정월 보름날이면 각 동네마다 청년들이 모여 강 바닥에 볏집에다 생 솔가지를 얹어 달집태우기 행사를 하였다 . 꼬마들은 깡통에 나뭇가지를 넣어 불을 붙이고 빙빙 돌리며 쥐불놀이를 하였고.. 그런가 하면 동네 어른들은 풍물패를 만들어 집집마다 돌아 다니며 신명나게 풍물놀이를 하였다. 그리고 그 때 걷힌 돈으로 막걸리 잔치판이 벌어지곤 하였지. 가장 대표적인 행사는 뭐니뭐니해도 줄다리기였다 .
신작로를 기준으로 노상路上과 노하路下로 나뉘어 온 면민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모여 줄을 당겼는데 대구에서 취재차량이 올만큼 큰 행사였다. 지금은 군청에서 주도하는 관제행사가 되어 소싸움과 함께 청도를 대표하는 볼거리가 되었다 .

집에서는 어머니가 오곡밥과 나물을 주셨고 부럼깬다고 하여 설에 장만한 콩강정을 아껴 두었다가 이 날 먹이기도 하였다 . 오늘은 정월 보름인데다 주말이기도 하다. 오늘은 고향으로 내려가 모처럼 고향의 보름달을 보면서 어머니의 손길을 더듬고 싶네.
                                                                                                         2014-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