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고향 김천

  1973년 김천으로 이사 와서 오늘까지 살고 있으니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그 당시에는 이름만 시(市)였지 요즈음의 읍(邑)단위 보다도 작은 도시였다. 70년도에는 유치원이 없는 곳이 많아 선산군 도개면에 살다가 자녀교육을 위해 김천으로 직장을 옮겼다. 김천에도 마리아유치원 하나뿐이었다. 돌이켜보면 별것 아닌 일로 극성을 부린 것 같아 부끄러워진다. 유치원 다니지 않아도 훌륭하게 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1970년대 김천은 교통의 중심지요, 교육도시라는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상주, 거창, 추풍령, 무풍 등 인근에 사는 사람들도 김천을 통해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를 오르내렸다. 김천여고, 김천고등학교가 경북에서는 실력을 알아주는 명문이었고, 인근지방의 수재들이 모여들었다. 재래시장인 5일 장도 규모가 커서 활기가 넘쳤다. 돌이켜보니 이름에 걸맞게 물이 좋았다는 기억도 난다. 대구 수돗물에 비해 김천의 수돗물은 맛도 좋고 세수를 하면 매끄러운 감촉에 기분이 좋았다. 삼산이수(三山二水)의 고장이라는 말처럼 아름다운 산과 하천이 많아 산자수명한 곳이었다.

 올해가 김천 시 승격 60주년이라 한다. 36년 정도 김천에 살면서 느낀 점은 처음 20년 정도는 잠자고 있는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인근 구미가 산업도시로 급성장 할 때도 김천은 여전히 발전이 없었다. 구미의 베드타운 역할도 하고, 공장 간부들이 김천으로 이사 와서 자녀들이 이곳에서 학교에 다닐 것이라고 짐작했던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당시의 김천은 대도시의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이주해서 살기에는 도시 인프라가 전혀 구축되지 않았던 것 같다.

지방 자치시대가 시작되면서 김천의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어느 곳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살기 좋은 도시가 되었다. 도시 군데군데 공원이 만들어지고 거리에는 이팝나무, 은행나무 등 아름다운 가로수가 심어지고 예술적인 조형물도 많이 세워졌다. 전국체전을 김천으로 유치하면서 스포츠 타운도 조성되고, 예술회관도 현대식으로 지어졌다. 문화공간이 확보되고, 각종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최신의 시설을 갖춘 현대식 도서관도 세워졌다. 구미보다 먼저 대형할인점이 들어서서 소비생활도 편리해졌다.

스포츠를 즐기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전국 최고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현대식 실내 수영장에 인라인 스케이트장, 그리고 궁도장, 테니스장, 축구장을 비롯하여 각종 경기가 펼쳐지는 대형 실내체육관과 종합경기장이 있다. 노인들을 위한 게이트 볼 경기장도 곳곳에 만들어졌다. 시내에서 가까운 오봉저수지에는 수상스키장도 있어 여름철이면 수상 레저 까지 즐길 수 있다. 스키나 스노우보드 마니아들에겐 1시간 정도 가면 전국 최장 슬로프를 가지고 있는 무주 스키장이 있다. 실내 아이스링크가 인근 구미에 있어 연중 스케이트도 즐길 수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황악산을 비롯하여 민주지산, 삼도봉, 대덕산, 금오산, 백화산등 많은 산들이 김천 가까이에 있고, 관내에 백두대간 중 62㎞나 되는 구간이(어모면 용문산~ 대덕면 덕산재) 지나간다. 국토(남한)의 중심에 있어 어지간한 산행은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도심 어느 곳에서든지 걸어서 10분 정도면 접근할 수 있는 고성산, 까치산 등이 있어 새벽에 쉽게 등산을 할 수도 있다. 아직은 자전거 도로가 미흡하지만 자전거타기를 즐기는 동호회도 많이 생겼다. 감천과 직지천 주변에 많은 산책로를 만들어 아침, 저녁 걷거나 달리기 운동을 하는 시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김천 주변에는 경관 좋고 시설이 좋은 골프장이 많이 있어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이 있는 도시다. 스포츠 동호회가 많이 생기고 모든 종목에서 선수층이 두꺼워지면 각종 스포츠 부문에도 제2의 최민호 선수가 나오게 마련이다. 수영장이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실력 있는 꿈나무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어 스포츠타운의 효과를 보고 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시민들은 요즈음 김천시가 주최하는 “독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독서열기로 도서관이 북적거린다. 김천시립도서관은 김천시 인구에 비하여 규모가 작은 편도 아닌데 시내 곳곳에 7개의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독서를 생활화 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극대화하였다. 도시의 발전은 시민의 자질과 직결된다. 독서를 통해 시민들의 교양과 자질이 한층 높아졌으면 좋겠다. 7월부터는 ‘찾아가는 문화예술 활동’도 펼쳐진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문화와 예술이 뒷받침 하지 못하는 경제발전은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다. 정신과 육체가 함께 건강해야 건강인이라고 하듯이 도시도 경제와 문화예술이 함께 발전하여 균형 잡힌 도시로 성장되어야 한다. 김천을 찾아오는 여행객들 중 김천 시민은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인상을 준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직지사가 있어 연중 많은 관광객들이 김천을 찾고 있다. 직지사를 중심으로 다른 관광자원도 개발하고 볼거리 먹거리도 새롭게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면 괘방령 근처에 조선시대 주막촌을 만든다거나 골동품 경매장을 만들어 시청에서 직영하는 방법도 있겠다.

예전에는 공무원 사회에서 경북의 3천이라 해서 김천, 영천, 예천을 들어 인심이 좋지 않다는 말도 있었다. 이 말이 맞든 안 맞든 따져 볼 필요도 없고 이미 지나간 시절의 얘기다. 김천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객지에서 온 사람은 영원한 이방인이라는 말도 있다. 객지인과 토박이들이 함께 어울려 즐겁게 살아가는 성숙한 시민정신을 보여줄 때다.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 주고 상대방과 나의 의견이 다름을 인정해주는 여유도 필요하다. 남의 말을 좋게 하고 이웃 간에 따뜻한 정이 오가는 김천이 되어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아직도 고향이 김천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토박이가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김천시민을 욕되게 하는 사람이다.

KTX 김천역사가 건설 중이고 김천에서 뻗어나가는 도로들이 한창 확장 중이다. 김천 상주 간 구간은 연말까지 4차선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풍력발전소도 세워지고 녹색산업도 다른 도시에 비해 앞장서고 있다. 앞으로 김천에서 새만금까지 동서 횡단 철도가 건설되면 명실 공히 문화와 물류흐름의 중심거점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 분명하다. 부항댐 완공, 일반산업단지 조성, 혁신도시 건설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번 기회에 아름답고, 쾌적하고, 편리하고, 안전한 선진국형 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 공무원과 시민들이 힘을 합치면 누구나 와서 살고 싶고, 희망과 활기가 넘치는 새로운 김천이 되리라고 믿는다.

                                                                                                          홍 진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