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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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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른다. 힘든 고3 딸아이를 위해 건강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험한 산길을 오르면서 딸아이와 고통을 나눠 갖겠다는 생각도 있다. 산의 중턱쯤 할딱거리며 힘들게 오르는 산길에서 지난 산사태에 허물어진 산자락, 힘겹게 서 있는 한그루 여린 나무를 만난다. 가엾은 마음에 울컥 솟구치는 무언가가 있다.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든 시기, 혼자만으로도 너무 힘겨워 그냥 주저앉고 싶은 때가 많아 일부러 다리에 더 힘을 주고 애써 버티고 있는데....
늦은 밤 야간 자습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내 아이의 발걸음도 가볍지만은 않았으리라. 내가 걷는 이 밤길처럼 인생은 때로 이렇게 어둡고 암흑의 터널을 건널 때도 있겠지, 지난모의고사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발걸음은 그날따라 더 무거웠다.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서는데 대 여섯 명 중학생으로 보이는 무리가 다가왔다. 뒤통수 뒤,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드는 찰나, 한 아이가 이단 옆차기로 내 딸아이의 등을 사정없이 차는 것이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질 만큼 큰 충격으로 땅바닥에 넘어졌고, 일 미터 가량 축구용어로 슬라이딩이라는 걸 했다. 땅을 짚었던 손바닥과 그리고 다리는 피투성이었고, 내 아이를 발로 찼던 그 아이도 넘어졌다가 다시 벌떡 일어났다. 누군가를 해(害)한다는 것은 자신에게도 적지 않은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일어서면서 그 아이의 말이 더 가관이었다. “봐 난 해냈어. 내가 내기에 이겼지?” 하면서 환하게 웃는 얼굴을 쳐다보는 내 아이는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넘어져 있는 내 아이를 보며 한마디 하는 말, “I am sorry"
큰 충격 속에서도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그 상황을 더듬거리며 설명하고 신고를 하는데 그 가해 아이들은 히히덕거리며 좀 더 빠른 발걸음으로 도망을 갔다.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고, 아무런 관련도 없는 불특정한 대상을 지명해 저지르는 범죄가 지금 우리 사회에는 얼마나 많은가? 생각 없이 내기를 하고 그 내기에 이기기 위해 아무런 죄책감 없이 누군가를 해하는 아이들, 그것도 중학생 정도의 아이가 단지 내기에 이기기 위해 한 일이라는 사실이 나를 더 슬프게 했다.
딸아이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엔 내 가슴이 너무 떨렸다. ‘이것을 내 아이에게 어떻게 이해시켜야하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런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이 사회에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밤낮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내 착하고 건강한 딸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며칠이 지났다. 딸아이도 이제 그 충격에서 조금 벗어난 것 같다. 사회에 대한 불신의 벽은 과연 조금이나마 허물어 졌을까? 조심스럽게 내 아이의 손을 잡는다. “엄마도 많이 속상해.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조금 더 인생을 알아가는 지혜로운 딸이 되었으면 해. 크고 작은 걸림돌이 우리 삶에는 예고 없이 발목을 잡을 때도 있고, 또 간혹 넘어져 크고 작은 상처를 입기도 해. 하지만 상처가 났던 자리는 아물어 더 단단해지는 거야. 다음에는 웬만한 상처에도 울지 않을 만큼.... 그리고 어둔 밤길을 마음 놓고 건널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엄마도 우리 딸도 노력해야하는 거야. 용감하고 착한 우리 딸이 엄마가 되어 살아가는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져 있을 거야. 힘내자 우리 딸, 오랜만에 한번 안아보자.”
창밖에 비친 달님의 미소가 더 환한 밤이었다.
수필가 / 장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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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4.5.2 목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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