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장정인

새가되어

바람이 몹시도 부는 날, 그는 떠났다. 새가되어....
한 번도 맑은 눈동자를 가진 적이 없어 그는 늘 흐린 눈동자로 세상을 봤다.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그가 걷는 세상도 늘 비틀거렸다. 막 피어나는 두 꽃송이를 남기고, 처음으로 맑은 기운으로 떠나는 여행길,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으리라. 어린 남매는 한 줌 가루가 된 아버지를 떠나보내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한 번도 따스하게 보듬어 준 적이 없는 지독한 술주정뱅이에 폭력적인 아버지를 보내면서 차라리 후련했을지도 모른다.

“나무 아래 아빠를 뿌리고 오려는데 자꾸만 바람이 불어 아빠가 누나와 내 곁에 날아와요.” 하는 아이의 말에 못 다 준 어버지의 애끓는 부정(父情)이 온 몸에 소름처럼 돋았다. 죽어서도 후회되는 삶을 살다 간, 30대 젊은 아빠의 한은 우리 시대 자화상의 한 페이지였다.
경제난이 몰아치고, 어린 남매를 둔 가장은 직장을 잃었다. 그때부터 밥보다 더 많이 먹게 된 술이 그의 유일한 위로가 되었고, 가족에게 버림받고, 결국 싸늘한 외딴 방에서 다시 올 수 없는 먼 길을 자욱자욱 후회만 남기고 떠났다.
좋은 기억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아빠와의 생활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그림으로 그려질까? 언제쯤이면 진심으로 아빠를 이해하고 그리워할까? 장례를 치르고 온 아이들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그동안 술주정뱅이 아빠한테 받은 정신적, 육체적 시달림에 이제 종지부를 찍은 탓일까? 공공근로로 허리까지 구부정해진 노모의 얼굴만이 눈에 띄게 수척해 보였다. 도망간 며느리 대신 공공근로로 아들, 손자 뒷바라지 한 노모에게 끝까지 불효자로 남은 아들이지만, 노모의 갈기갈기 찢어진 가슴은 죽어서도 가슴에 시꺼먼 멍으로 남으리라.

그가 선택한 세상은 이제 취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겠지?
이제 그의 몸은 생일 날 아침이면 모두가 우러러 보는 사람 되라고 어린 시절 엄마가 해 주신 수수떡의 고물이 되어, 한 마리 새의 먹이가 된다. 새끼를 위해 분주히 먹이를 물어 나르는 그의 등 뒤로 환하게 노을이 깔린다.

약력

- 영남대학교졸업

- 2005년 제2회 계간 에세이 본격수필신인상으로 수필부문 등단
- 2005년 한국시 신인상으로 시부문 등단
- 2001~2004 매일 여성 백일장 운문부 차상 수상
- 2002 동아일보 주최 투병 문학상 수상
- 2002 김천시민 백일장 산문부 장원
- 환한 통증 등 시집 5권 출간
- 김천예술고등학교 국어과 강사 역임(2002~2008년)
- 현, 에덴 학원 원장
- 김천시 다문화 지원 센타 한글 강사
- 김천 시립 도서관 논술, 토론, 부모교육 지도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