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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의 국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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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가보가 있다면 나라에는 국보가 있다.현재 우리나라에서 국보로 지정된 것이 315호까지로 파악되네. 1호인 남대문은 불타서 새로 복원되어도 1호라는 명예를 유지할지는 의문이지만 아마 '국보 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그리 되기가 쉬울 것이다. 내 고향 청도에는 아직(?) 국보가 없다. 국보는 언제라도 발견될 수 있으니 '아직'이라는 표현이 무리는 아니다. 하기야 대구에도 국보가 한 점도 없는 판이니 내 고향에 국보가 없다고 서운해 할 일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영주 부석사에는 절 한 곳에만도 국보가 5점이나 있고 불국사도 그 못지않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김천시에는 국보가 있을까? 싶어 찾아보았다. 답은 '있었다.'네.
금오산은 구미에 있는 줄 알지만 사실 김천시와 구미시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금오산의 북쪽 기슭이 김천시 남면인데 그 남면 안에 오봉저수지로 유명한 오봉리라는 한적한 동네가 있고 그 동네에 '갈항사葛項寺'라는 절이 있었던 절터가 있다. 이 절터에 동서로 탑 2개가 서 있었는데 1916년 일제에 의하여 서울로 옮겨진 후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뜰에 세워져 있다. 이 탑은 1916년 당시 부장품을 노린 도굴꾼에 의하여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보존을 구실로 서울로 옮겨졌다고 한다. 이 탑에서 나온 '진언眞言'을 적은 종이, 사리장엄구 등 유물은 대구박물관에 모셔져 있다니 팔자가 기구한 탑이다. 보기에는 그리 장엄하거나 화려해 보이지 않는 이 탑이 국보(130호)로까지 지정된 이유는 탑신塔身에 새겨진 글씨에 의하여 이 탑의 조성연도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어떤 유물이나 유적의 조성연도가 그 유물 자체에 의하여 명확히 밝혀지는 것은 역사적으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한다. 양식이나 제작기법 등을 근거로 다른 유물의 조성연도까지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네. 위 탑에 새겨진 명문銘文에 의하면 위 탑은 천보天寶 17년, 즉 경덕왕 17년으로 이는 서기 758년에 해당한다고 한다. 사진을 보니 아직 '天寶 十七年'이라는 글씨를 뚜렷이 읽을 수 있다. 신라 시대에 조성된 탑 중에서 제작년도가 이렇듯 뚜렷이 밝혀진 것은 이 한 점뿐이라고 한다. 국보급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말. 위 명문에 의하면 이 탑은 언적법사라는 분과 그 분의 두 자매에 의하여 조성되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는데 그 글씨 중에 이두문까지 섞여 있어 학술적 가치도 높다고 한다. 이두문으로는 가장 오래된 각자刻字라고 한다. 언적법사의 누이로 적힌 '조문황태후'는 나중에 원성왕의 어머니가 된다. 경주에서 울산으로 가다 보면 '괘릉'이라는 무덤이 있는데 그 괘릉에 묻힌 이가 바로 원성왕(김경신)이다. 즉 위 탑은 경덕왕 17년에 조성되었지만 위 탑에 새겨진 명문은 나중 탑을 세운 이의 아들이 원성왕으로 등극한 후 '조문황태후'라는 이름을 얻고 나서 새긴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원성왕元聖王은 선왕先王이 죽고 난 후, 김주원이라는 귀족과 왕위를 다투다가 왕으로 오른 사람인데(그 바람에 나중에 김주원의 자손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등 원성怨聲을 들은 왕이기도 하다) 위 탑의 신세를 좀 졌다고 생각했나 보다.
갈항사는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의 승전勝詮이라는 승려(의상과 동 시대 인물)가 세웠다고 하는데 언제 폐사되었는지도 모르고 현재에는 돌부처 2분만(그 중 한 분은 목이 없어져 최근 새로 목을 달아 드렸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쓸쓸한 폐사지이다. 어쨌든 위 탑은 서울로 옮겨진지가 100년이 다 되어가고 그 자리에는 탑이 있었다는 비석만 달랑 서 있고 주위는 과수원이다. 2016년이 탑이 옮겨간지 100년이 되니 이참에 김천시에서 반환운동이라도 좀 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탑이야 원래 있던 자리에 있어야 빛이 나는 것 아닌가? 그러고 보니 현재 김천시에서 '보관 중'인 국보도 1점 있는데 바로 선산 도리사에서 나온 '사리함'(208호)이다. 사리함은 알다시피 부처나 고승을 화장할 때 나오는 '사리'를 보관하는 함이다. 이 사리를 보관하기 위하여 위 사진과 같은 함을 만들어 도리사 부도에 넣어 놓은 것을 '1977년' 부도를 해체 이건하는 과정에서 발굴하였다고 한다(그러니 내 고향에서도 국보가 발견되지 말라는 법이 없네) 사리함은 금을 입힌 것이고 표면에 불보살상이 새겨져 있어(사진에서 확인된다) 신라 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보나 드물게도 6각으로 되어 있어(당시 대부분의 사리함은 4각 형태라고 하네) 그 시대에 조성된 것치고는 특이한 형태라고 한다. 그래서 국보가 되었나 보다. 직지사 안에 성보박물관이라 하여 불교 관련 유물을 보존하는 곳이 있는데 그 속에 보관되어 있다. 현재 김천시에 소재하는 유일한 국보이다. 그런데 중앙박물관에다 갈항사 탑을 김천시에 돌려 달라고 하면 구미에서는 김천시 보고 위 사리함을 돌려 달라고 하지 않을까 걱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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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4.5.2 목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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