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동에 있는 밭을 출발하여 보은을 거쳐 옥천에 갔다가 다시 영동으로 원점회귀하는 단풍놀이 드라이브를 하였다  우리 지방은 요즘이 단풍 절정이다. 산에는 높은 곳부터 시작한 단풍이 목하 하강 중이고 가로수는 울긋불긋 꽃대궐이 아니라 단풍대궐이 되었다  특히 보은에서 옥천으로 오는 길에는 은행나무가 노오란 옷으로 갈아 입고 미풍에도 살랑살랑 잎을 떨구고 있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절정의 순간은 짧다. 아프니까 청춘이듯이 짧으니 절정이다 . 은행나무는 단풍 든 잎을 1주일도 채 달고 있지 못한다 . 우리 밭에도 은행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어느 가을, 친구들과 밭에서 밤을 보내고 있는데 가을 바람에 은행잎이 떨어지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 다음날 아침 밖으로 나가보니 은행잎이 거의 지고 말아 허탈해 한 기억이 난다 .

 단풍이 절정으로 치달으면 그 아름다움은 형용하기 어렵다. 우리는 천공天公께서 나무마다 색깔을 칠해 주시는 것으로 알지만 사실 이 단풍은 식물의 잎에 있는 엽록소葉綠素(이름 그대로, 녹색의 색소)가 없어지면서 본래 있던 색소가 드러나기 때문이란다. 낮에도 하늘에 별은 떠 있지만 햇빛 때문에 보이지 않다가 해가 지고 나면 별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  우리 조상들은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거나, 어느 날 갑자기 일식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고 신기하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어린 아이들도 그 원리를 알고 신기해 하지 않는다. 엽록소가 없어져서 본래의 색소가 드러난 것이든 천공께서 염색을 하신 것이든, 단풍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    학교 다닐 때에 생물 선생님은 짝사랑하는 여학생 때문에 괴롭거든 그 여학생의 뱃 속에 들어있는 便, 회충 같은 것을 생각해 보라고 하셨지만 그 충고(?)가 짝사랑의 강도를 전혀 감쇄시키지는 못하였다. 아름다운 것은 단지 아름다울 뿐, 문제는 그 아름다움의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오늘 곱게 든 단풍도 내일 아침의 바람에 덧없이 지고 말 것이다

  성분후 객산거 (成墳後 客散去 ) 죽은 사람이 묻히면 손님들은 흩어져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인생이란다 .그러니 단풍든 잎이 지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눈길을 줄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