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설이 축제가 되려면 |
|
|
|
|
<칼럼>
명절(설)이 축제가 되려면
정신 분석학자 융은, 축제란 현재를 역사적· 신화적 과거와 결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셀름 그륀 신부는 축제는 일이나 이윤추구, 계산 등을 잠시 멈추는 것이라고 한다. 축제는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명절은 우리를 고향으로 돌아가게 한다. 흩어진 가족들이 모이고 멀어진 이웃들이 다시 모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명절은 가정의 축제요. 이웃끼리 감사의 정을 나누는 나눔의 장이기도 하다.
설은 낯설다의 설다에서, 처음이라는 뜻의 선다가 선날로 다시 설날로, 삼가다의 옛말 ‘섧다’에서 왔다는 세 가지 설이 있다. 섣달그믐을 까치설이라고 한 것은 윤극영 씨의 노래 “까치까치 설날은 ~” 이후에 생긴 말이고 작은설은 예전에는 ‘아치설’이라고 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아치는 작다는 뜻을 가진 옛말이다. 이런 의미를 생각해보면 설날은 가슴 두근거리며 맞이해야 할 기쁨과 동경의 날이기도 하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상태에서 처음 만나는 날을 愼心으로 맞이하는 것이 설날이다.
우리 가정의 설날 모습은 어떠한가?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모이기만 하면 반드시 큰소리가 나는 가족도 있을 것이고, 덕담보다 고스톱에 열을 올리다가 때로는 가족끼리 삐치기도 하는 가족도 보았다. 심지어는 유산분배 때문에 형제간에 반목하고 아버지 제사도 모시지 않는 자식을 보았다. 우리민족 고유의 문화 중에 남은 몇 가지 가운데 하나가 제사다. 기제사를 한꺼번에 몰아서 음력 9월 9일에 지내는 가정도 있다는 말을 듣고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제사를 지내기 싫으면 안 지내면 그만이지 그런 편법을 사용해서는 제사가 가진 본래의 기능과 의미를 살릴 수가 없다. 남아 있는 자손들이 한자리에 다시 모여 결속을 다지면서 가문의 역사를 알고 조상의 덕을 기리자는 것이 제사가 아닌가?
김황식 국무총리가 “가족의 안정이 국가 핵심가치가 되어야 하고 건전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가족의 가치가 존중돼야 한다.”라는 말을 했다. 설을 맞이하여 가정과 가족의 중요함을 일깨운 시의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된다. 이혼율이 높아지고 결손가정이 늘어나고 버려지는 노인들이 나날이 늘어나는 시대가 되었다.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고 국가가 건강해진다. 모든 국력의 출발은 가정이 시발점이다. 좋은 가정을 이루는 기초단위는 부부다. 좋은 남편, 좋은 아내가 되고 나아가서 좋은 아버지, 좋은 엄마가 되는 교육이 바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도덕과목에 조금, 실업·가정에 약간 언급되어 있을 뿐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가정교육이 붕괴된 지금 학교 교육에서나마 이런 부분을 심도있게 다루어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볍게 취급되고 있다. 교육에 관계되는 사람들이 깊이 반성하고 교육과정에 이런 부분을 반영해야할 것이다. 가톨릭에서는 예비 신부 신랑을 위한 교육도 있고 ME 라는 부부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종교는 사회 일부분을 커버할 뿐 대중적이지 못하다. 어떤 나라는 결혼하기 전에 예비 신부 신랑을 위한 필수교육을 마쳐야 결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를 만들어 건전한 가정을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국가가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 결혼 후에는 웬만하면 참고 살아야 한다.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으면 자식을 낳지 말아야 한다. 낳은 이상은 사람 구실할 수 있도록 제대로 키울 의무가 있다. 품안에 있을 때 자식이고 그 때 부모로써 기쁨을 맛보았다면 혼신을 다해 교육들 시키고 가급적이면 빨리 탯줄을 끊어 자주독립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설날은 이웃과 감사의 정을 나누고 가족끼리 서로 보듬어 주고 나의 뿌리가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일상의 무거운 굴레를 잠시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나누고 즐겁게 지내고 가야한다. 남자들도 가부장적인 생각을 버리고 음식 만드는 일부터 설거지까지 거들어 주는 센스를 보여줄 시대가 되었다. 위로부터는 조상님들이 계시고 아래로는 가장이 떡 버티고 앉아 제구실을 해야 설날이 축제가 된다. 시집은 며느리에게 처갓집은 사위에게 좋은 가정의 본보기를 보여야 젊은이들이 보고 배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땅의 노인네들이 분발해야 한다. 재산이 많으면 기부도 하고, 죽기 전에 자식들이 싸우지 않도록 유산정리를 확실히 한다거나 자손들이 살아가면서 도움이 될 문집이나 요즈음 유행하는 인터넷에 블로거라도 한번 만들어 볼 일이다. 명절이 명절다워지기 위해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제구실을 다 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2011. 2, 1
|
|
|
|
|
 |
전체기사의견(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
|
|
|
| 전체기사의견(0) |
|
|
|
| 가장 많이 본 기사 |
|
|
 |
|
최종편집 : 2024.4.27 토 21:12
nagne109@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