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일상생활이 흐트러졌다. 대부분의 모임이 중단되고 사적인 계모임도 할 수 없고 이래저래 사람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진 요즘에는 서로가 조심을 해야 한다. 얼마 전에 수영장이 잠간 개장을 한 시기가 있었다. 입장 요금을 현금으로 받기도 하다가 카드로 결재하는 시스템으로 바뀐 모양이었다, 얼핏 보기에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내 짐작에 70대 초반) 분이 왜 카드로 변경했느냐고 따지는 목소리가 조금 거칠었다. 자세한 이유야 모르겠지만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는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이럴 경우 화부터 낼 것이 아니라 책임자를 찾아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부서든지 창구에 앉아 시민과 직접 부딪치며 하는 일을 맡은 공무원들은 억울하게 욕을 보는 수가 많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도 수영 강사와 크게 고함을 지르며 다툰 일이 있었다. 낫살이나 먹은 사람이 아들보다도 훨씬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한 행동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자잘못을 떠나서 화를 다스리지 못한 내 잘못이 크다. 상대방의 강사가 보기에 소위 꼰대가 꼰대짓을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복숭아 농사를 짓는 지인의 복숭아를 팔아주기 위해 아파트에 배달을 가보면 경비원 중에는 지나칠 정도의 불친절로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갑이니 을이니 나아가 병까지 따지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상사와 부하, 가진자와 못가진자는 엄연하게 존재한다, 그것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소위 갑의 위치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을 대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공무원을 두렵게 보는 시대는 지나갔다. 건의나 시정을 요구하면 안 되는 이유부터 늘어놓고 편한 쪽으로 가는 공무원도 있지만, 시민의 편에서 열심히 도와주려고 하는 공무원도 있다. 그러나 무조건 나쁜 쪽으로 몰아 부치고 공무원을 닦달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다. 시민운동이나 환경운동을 하는 우리는 절대 오류가 없다는 생각으로 편을 가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상대방 공무원도 시민이고 인격을 가졌다. 사람들이 서로 사람대접을 해주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다. 그리고 무조건 고개를 숙이고 민원인에게 당당하지 못한 공무원도 꼴볼견이다. 원칙대로 밀어 붙이는 배짱 있는 공무원도 있어야 한다. 잠시는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공무원의 품위를 지키는 길이다. 국민이 모두 광우병 때문에 죽을 것 같이 선동을 하던 그들이다. 나의 존재감을 위해 정의의 탈을 쓰고 앞에서 선동을 일삼는 자를 알아보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길러야 한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거만하게 구는 자는 손절하라. 그런 인간하고는 만나지 말아야 한다. 약자에게 따뜻한 배려를 보이는 사람들과 만나라. 시민의 권리를 정당한 방법으로 행사하고 억지를 부리는 갑질은 하지 말자.

                                                                            세상보기 홍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