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립합창단 14회 연주회를 다녀와서

 지난 5월 7일 김천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시립합창단 정기 콘서트가 있었다.
지휘 이태원, 반주 박수연, 특별출연에 개똥벌레로 유명한 가수 신형원이 출연했고 마산 제일여고 합창단(지휘 : 임성길)이 초청되었다.

  "어버이 은혜, 사랑의 노래” 라는 타이틀로 어버이날을 앞두고 시민과 함께하고자 하는 지휘자의 의도대로 좋은 공연이 이루어졌다. 지루하지 않게 프로그램에 중간 중간 깜짝 이벤트로 청중들을 놀라게 했다. 곡목 해설도 일반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고 초창기의 가요중심 때우기 식 연주회를 탈피하고 수준 높은 곡들이 연주되었다. 한국 초연이라는 다니엘 핑크햄 의 ‘웨딩 칸타타’를 비롯하여 외국곡과 보리밭을 포함한 우리나라 곡이 조화롭게 구성 되었다. 남성 합창단의 영화주제곡 ‘문 리버’와 뮤지컬 영화 남태평양의 ‘여자보다 귀한 것 없네.’ 라는 곡도 색다른 맛으로 닥아 왔다. 객석에서 여자 분을 무대로 모셔와 엑스트라로 출연시키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어버이 은혜”가 연주되는 중에 마산 제일여고 학생들이 객석으로 나와 나이 많은 분들에게 꽃을 달아주고, 일가족 모두 참석한 가족에게 깜짝 선물도 주었다. 특히 창작곡(박성미 작) ‘무궁화’ 연주 중에 천안함 전사자 46위의 영정이 스틸화면으로 나가도록 배려한 것은 예술을 통한 국가관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지루함에 빠지기 쉬운 합창 연주회 도중 신형원씨가 나와 맑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희망적인 노래를 불러 주었다. 개인의 부모님에 대한 진솔한 에피소드를 얘기해 주어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신형원씨의 부모들이 빨리 쾌유되기를 빈다.

4월 ‘금난새와 유라시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연주회’ 때 보여준 지휘자의 해설과 위트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연주회에서도 지휘자 이태원씨의 위트 넘치는 해설이 돋보였다. 예술이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민중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은 예술가들이 가끔 눈높이를 낮추어 대중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겸허한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수준 높은 예술을 일반 대중이 제대로 감상하고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예술을 통하여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도록 대중 속에 파고드는 예술 활동도 필요하다고 본다. 예향하면 우리는 전라도를 떠 올린다. 전주를 가보면 곳곳에 선인들의 예술적 감각이 느껴진다. 거리에서 건물에서 심지어 간판까지도 예사롭지 않다. 그 속에 사는 사람들까지 멋있게 보였다. 그기에 비하여 김천은 너무 초라하고 보여줄 것이 없는 도시다. 하드웨어적으로는 이제 손색이 없는 도시가 되었지만 그 속에 담긴 소프트웨어는 앞으로 많이 연구되고 개발 되어야 한다. 예술의 질은 예술가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이론이 성립할지는 모르겠지만 예술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소비자의 질도 한 몫을 한다고 본다. 잘 알려진 연주회나 오락성 연주회는 비싼(?) 티켓 값을 치루고 성황을 이루는데 무료 공연은 항상 자리가 겨우 메워지는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음악회는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다. 각종 전시회는 관객이 없어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다.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것 만큼 보이고 들리고 느끼게 마련이다. 김천에 사는 모든 장르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하면 시민들을 예술의 장으로 이끌어낼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끝으로 멀리 마산에서 김천에 온 제일여고 합창단 학생들과 지휘자 선생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시립합창 단원 여러분의 노고와 지휘자 이태원 씨에게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홍 진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