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말을 좋게 합시다

 1988년 JC(청년회의소)의 캠페인 슬로간이 ‘남의 말을 좋게 합시다.’ 라고 기억된다. 요즈음도 가끔 어느 단체의 현수막에 보이는 문구다. 평범하면서도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들의 술자리에서도 조금만 부주의하면 대화의 내용이 다른 사람의 흉을 보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필자도 본의 아니게 남의 말을 나쁘게 말하는 사람에 의견에 동조하거나 한 술 더 떠서 내가 먼저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인격이 바로 된 사람만이 끝까지 침묵을 지키거나 아니면 부드러운 말로 화제를 다른 방향으로 돌린다. 사람은 가끔 질투심이나 시기심 때문에 남을 비하하는 말을 하게 된다. 심한 열등감을 가진 사람 또는 성격이 경박하고 남 잘되는 것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말 없는 말 지어내어 남의 말을 나쁘게 한다. 교양 있는 사람은 정치와 종교 그리고 성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선거철이 되었으니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기는 힘들겠지만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 근거 없이 함부로 남의 말을 나쁘게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온갖 流言蜚語가 난무하고 ‘카더라 방송’이 유행한다. 패거리를 지어 상대방을 비방하고 중상모략으로 흠집 내기를 시작한다. 정책대결은 뒷전이고 인신공격 등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에서 험한 댓글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실명이 아니라고 입에 답지 못할 욕설들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선량한 시민들을 농락하고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은 소수지만 그 영향력은 무시하지 못할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 우선 나부터 근거 없는 말은 옮기지 않아야 한다. 나쁜 말도 전하지 않아야 한다. 들어서 기분 좋은 말만 하고 살아도 시간이 모자랄 판인데 남을 나쁘게 평하는 말을 전달할 필요가 없다. 터무니없는 말로 마타도어(matador)를 하거나 선거법을 위반하는 경우는 단호하게 법적으로 대응하도록 하자. 선거철이 지나면 다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할 이웃들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르는 사이다. 선거 운동원들이나 봉사자들도 적당한 선에서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가면서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자기에게 도움을 주었거나 앞으로 이용가치가 있는 후보자라고 무조건식 충성은 곤란하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과열 선거운동은 우리 모두를 패배자로 만든다. 선거가 끝나면 패자는 승자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고 승자는 패자를 보듬을 수 있는 선거풍토가 되어야 한다.

 그 사람의 언행을 보면 인간이 보인다. 그 사람이 살아온 궤적을 보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미래가 보인다. 공약도 중요하고 전략도 중요하고 중앙 정치 무대에 미칠 영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다운 사람을 뽑아야 한다. 정치도 인간이 하는 일이다. 무엇 때문에 그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지 잘 살펴보면 누구를 뽑아야 할지 길이 보인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하는 것이 선거다. 멍청한 유권자가 교활한 후보자를 뽑을 확률이 높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하지만 민심도 종류가 많고 양심의 크기도 사람마다 다르다. 어느 후보자가 양심적인 사람인가 판단해야 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자격미달의 예비후보자를 일차적으로 걸러내는 것은 각 정당이 해야겠지만 최종적인 선택은 우리가 투표로 결정하게 된다.

 4월 8일 2시에 김천문화예술회관 소강당에서 3개 지역 언론사가 주최한 김천시장 예비 후보자의 초청 토론회가 있었다. 기조연설과 토론 내용들이 후보자의 자질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인터넷 상에 동영상으로 탑재되어 있으니 누구라도 필요하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자료다. 선거법에 의하면 시․도지사 및 교육감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있어 언론기관이 주최하는 후보자 초청 대담․토론회는 4월 3일부터 가능하고 기타 지방선거의 후보자 대담․토론회는 선거운동기간 중에만(5. 20 ∼ 6. 1) 가능하다고 되어있다. 선관위가 제공하는 선거 홍보물만 가지고는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느낌이다. 이번 시장 예비후보자토론회를 기점으로 다른 후보자들도 대담이나 토론회를 가졌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홍 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