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문은 서강대 장영희 교수의 별세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장영희 교수는 생전에 내가 한번도 본 일은 없지만 그녀의 글을 통하여 가까이 느끼고 있었던 사람이다.돌 지나기 직전에 앓은 소아마비로 평생을 심한 장애를 안고 살았지만 그녀의 글은 세상에 품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업고 용하다는 침술원을 수 년간 다녔지만 그녀의 상태가 좋아지진 않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서울대 교수였다. 아버지는 그녀를 다른 사람들과 꼭같은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아직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전무하다시피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서울사대부중에 입학하려면 입학시험에서 2-3개만 틀리고 나머지는 다 맞춰야 했다. 그러나 장교수는 체육에서 0점을 받을 수 밖에 없어 하나라도 틀리면 입학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 보라, 그냥 합격하기도 어려운데, 시험문제 중 하나라도 틀리면 합격이 안되는 상황이라니...
그녀는 꿈에도 시험보다가 틀린 문제가 나와 울었던 기억이 많다고 한다
어쨌든 합격을 하여 서울사대부고까지는 나왔으나 당시에는 어느 대학도 장애인에 대한 시설을 갖출 수 없다는 이유로 입학시험 치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지금 생각하면 그럴리가.. 싶지만 그것이 불과 30년 전의 우리 나라 실정이었다)

아버지는 외국인이 총장으로 있는 서강대를 찾아가 그 외국인 총장에게 전후사정을 이야기하며 입학시험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졸랐다. 그 총장은 오히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왈, '아니, 공부를 머리로 하지 다리로 합니까?' 뜻하지 않게 '행복한 바보'가 된 아버지는 그녀에게 그 이야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더란다.
서강대를 졸업한 그녀는 국내에서는 받아 주는 대학원이 없자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인 서강대에서 교수로 지냈다 .그녀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신문에 많은 칼럼을 게재하면서 역경을 이겨낸 자신의 체험을 전하면서 사람들에게 용기를, 희망을 가지라고 북돋웠다

일화 한 가지. 그녀가 여동생이 명동에 옷을 사러 간다길래 바람도 쐴 겸 따라갔다 . 옷가게가 계단 서너개를 걸어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어 그녀는 바깥에 기다리고 여동생만 옷가게로 들어갔다. 여동생이 옷을 고르는 시간이 길어지자 궁금해진 그녀가 힘들게 계단을 올라가 옷가게 문을 밀고 들어서자 옷가게 점원은
낡은 청바지 차림에 다리를 심하게 저는 그녀가 구걸하러 온 줄 알고 '이른 시간부터 재수없게...'라고 했다
옷을 고르던 여동생이 사태를 알아 차리고 점원을 심하게 나무라면서 '우리 언니는 미국에서 박사를 받은 교수님이다'라고 오버(over)를 했다 . 그렇게 무안을 당했던 일을 장교수는 책에다 버젓이(?) 소개를 하며 '장애인을 대하는 사회의 대접'을 말하였다 .어쨌든 그녀는 자신이 천천히 걷지만 다른 사람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하였고, 쩔그럭거리며 다리를 끌지만 그 소리로 행운과 불운을 모두 깨우며 인생에 대하여 정면승부한다고도 하였다.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그녀가 암 투병 중 펴낸 영시 해설집 <생일>과 <축복>은 안심하고 선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책 중에 늘 꼽히곤 했다 이제 그 모든 일들을 뒤로 한채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 부디 슬픔없고 장애없는 행복한 곳으로 가소서

                                                                                             필자  이인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