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근곡

 사람들이 이를 괴상히 여겨 왕에게 물었더니 왕이 급히 각간 알천과 필탄 등에게 명하여 정예병 2천명을 뽑아 서쪽 교외로 나가 여근곡이란 곳을 찾으면 그곳에 반드시 적병이 숨어 있을 것이니 그들을 습격하여 모두 잡아죽이라고 하였다.

두 각간이 왕명을 받고 각각 군사 1천명씩 데리고 부산(富山) 기슭에 있는 여근곡으로 갔더니, 거기엔 백제의 군사 5백명이 숨어 있었으므로 모두 잡아 죽였다.

개구리가 우는 것을 보고 백제군사가 숨어들어왔는지를 어떻게 알았는지를 궁금히 여긴 신하들이 왕께 물었다.

그 질문에 대하여 선덕여왕은 개구리는 성낸 모양을 하고 있으니 군사를 나타내고, 옥문은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것이며, 여성은 음인데 그것은 흰색이다.

흰색은 서쪽을 가리키는 것이니 서울 서쪽에 있는 여근곡에 군사가 숨은 줄 알았으며, 남성은 여성의 음문에 들어오면 반드시 죽게 되니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역시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나왕대(羅王臺)

 산세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봉우리 밑에는 거울처럼 조용하고 맑은 부운지가 있으며 서북쪽으로는 웅장하고 험준한 부산(富山), 오로봉(五老峰)이 병풍처럼 둘러 놓여 있다.

옛 이고을 사람 들이 산봉우리에서 보는 주변 풍광에 매료되어 그곳에다 정자를 지어 아름답고 신비스런 경치를 구경하곤 했는데 이 매혹적인 풍광은 제27대 선덕여왕의 귓전에까지 날아 들었다.

운대리 서쪽길로 임금의 행차를 알리는 깃발과 의장대, 비단 천정을 덮고 사방에 고운 발을 드리운 여왕을 태운 수레 주위는 색동치마에 은요패를 드리운 궁녀들이 에워싸고 그둘레를 무장한 병사들이 말안장에 황금 황엽과 운주를 장식한 말을 타고 따르니 그 행렬은 찬란하기 그지 없었다.

행렬이 나왕대에 이르러 궁녀들을 데리고 정자에 올라서서 부운 고을을 내려 보니 발 아래 펼쳐진 거울 같은 부운못에는 하늘의 구름이 둥둥 떠 흐르고 멀리 부운고을과 사라 고을이 저편 관사이로 자색빛으로 내려다 보였다.

이때 갑자기 남쪽으로 솜같은 흰구름이 일기 시작하더니 온 뜰과 골짜기를 다 덮어 버려 오직 정자만이 하늘에 떠 있는듯 하였다.

 이 구름은 용자골로 흘러 들어 나는듯 용바위산을 감고 돌아 마치 용이 날아와 여왕의 왕림을 찬양하는듯 하니 이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고을 사람들은 구름위에 떠 있는 여왕을 바라보며 감격하였다.

여왕이 수레를 타고 서라벌로 돌아 가니 남쪽에 솟아 있던 바람 부리봉에서 바람이 일어 순식간에 깔렸던 구름을 거두며 사라져 버렸다.

그 후로 고을 사람들은 구름위에 떠있는 정자라는 뜻으로 이 정자를 부운대라 불렀다. 그런데 이곳엔 두아름쯤 되는 큰 바위가 있었는데 세월이 흘러 신라임금이 노닐던 곳이라 하여 바위를 팔각의 연꽃형으로 다듬고 나왕대(羅王臺)라 새겼는데 그후부터 나왕대라 불렀다 한다.

또한 신라 선덕여왕의 지혜로움을 알려주는 세 가지 내용의 설화. 첫째는 당나라 태종이 붉은 색•자주 색•흰 색의 세 가지 색으로 그린 모란과 그 씨 석 되를 보내오자, 선덕여왕이 그 꽃이 향기가 없음을 예언한 일이며, 둘째는 겨울인데도 영묘사(靈廟寺)의 옥문지(玉門池)에 많은 개구리가 모여 운다는 사실을 듣고 정병을 여근곡(女根谷)의 백제군을 섬멸토록 한 것이며, 셋째는 임금이 자신의 죽을 날을 예언하며, 10년 뒤 조성될 도리천에 장사지내라고 한 일을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