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구 변호사

제주는 위도가 낮아 본토에 없는 아열대식물이 자란다

여행을 가면 가장 이색진 것이 나무 종류다

나무가 달라지면 아, 먼 곳으로 여행을 왔구나..하는 실감이 난다

제주도에 자라는 아열대식물들은 모두 본토에서 보지 못하던 것들인데다 잎이 지지 않고 잎 모양도 비슷비슷하여 구분하기가 힘든다

그러나 그 중에서 비교적 구분하기 쉬운데다 기억해 둘 만한 가치가 있는 나무가 녹나무다

녹나무는 제주도의 도목道木, 곧 제주도를 상징하는 나무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도 녹나무를 흔하게 볼 수는 없는데 이는 녹나무가 귀신을 쫓는 나무라 하여 집 주위에는 심지 않기 때문이다

귀신을 쫓으면 제사 지내는 의미가 없다

아름드리 녹나무를 보려면 시내에 있는 삼성혈三姓穴로 가면 된다

삼성혈은 제주 최초의 인간이라는 고, 부, 양씨의 조상들이 솟아난 구멍을 모시는 곳이다

예로부터 신성한 곳으로 모시다 보니 그 주위의 나무들이 해를 입지 않고 아름드리 나무들로 자랐다

녹나무는 꽃이 예쁜 것도 단풍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견 관상수로서는 매력이 없는 나무다

그러나 예로부터 녹나무는 재질이 단단하고 습기에도 강하여 배를 만들거나 귀인의 관을 만드는데 쓰였다

일본에서는 불상을 만들기도 하였고 고려 시대, 원의 지배를 받을 때에는 몽골의 칸이 앉을 용상을 만들고자 제주에 녹나무를 베어 바치라고 요구까지 하였단다

뿐만 아니라 독특한 향이 나서 벌레나 모기가 꾀지 않아 옷장을 만들거나 목침으로도 인기 소재였다네

제주도에서는 예전에 사람이 혼절하거나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에는 그 사람을 방에 뉘고 녹나무 가지와 잎을 바닥에 깐 다음 불을 땠다고 한다

그러면 녹나무에서 장뇌향이라는 성분이 나와 사람이 깨어났다고 하는데 근래 학자들이 연구를 해 보니 녹나무에서 강심제 성분이 나온다고 한다

제주에서 녹나무를 귀히 여기고 제주를 대표하는 나무로 이 나무를 선정한 것이 모두 이유가 있네

녹나무는 크게 자라는 데다 꽃은 자잘하고 볼 품이 없어 꽃을 즐기려는 사람은 드문 편이다

열매는 팽나무 열매처럼 작고 둥글며 흑자색으로 익는다

녹나무의 잎과 꽃은 특색이 없지만 줄기는 세로로 금이 가 있어 단박에 녹나무임을 알아 차릴 수 있다

이름은 왜 녹나무가 되었을까?

녹나무의 어린 가지는 기이하게도 綠色이라고 한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녹낭이라고 불렀다('낭'은 '나무'라는 뜻)

녹낭을 다른 지역 사람들도 알아 볼 수 있게 녹나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최근 일 때문에 제주에 갔다가 자투리 시간이 있어 오랫만에 시내에 있지만 숲이 있고 조용한 삼성혈을 들렀다

삼성혈을 걷다 녹나무가 많이 눈에 띄여 녹나무 자료를 찾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