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사람>                            

                                                                   이인구 변호사

이인구 변호사

연말연시 휴가기간에 일본소설 <끝난 사람>을 읽었다

또래 나이가 퇴직을 앞두거나 한창 퇴직을 하는 나이이니 공감 100%였다

<<주인공 다시로 소스케는 일본 동북부 이와테(岩手)현 모리오카 출신이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해 동경대 법대를 졸업하고 큰 규모의 은행에 들어갔다

출세가도를 달렸으나 임원 입성에 실패하고 계열사 전무로 퇴직했다

'정년 퇴직이라..이건 뭐 생전 장례식이다'

친구도 취미도 멀리 하고 일만 해 온, 주인공의 독백이다

아파트는 부잣집 외딸인 아내가 혼수로 가져왔고 그간 직장 생활로 모아둔 돈으로 노후 자금은 있었지만 남아 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른 은퇴자처럼 헬스클럽이나 봉사모임, 문화센터에서 취미활동을 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생활이 몇 달 계속되자 그는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녔으나 동경대에다 은행 간부 출신이 왜 이런 중소기업에 취직하러 응시하였나 하는 호기심에 불러보았다는 말을 듣고 재취업이 쉽지 않으리라고 인식한다

그러던 중 공부를 더 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문화센터에 갔다가 안내업무를 하는 동향 출신의 이혼녀를 만나 밥을 먹으며 마음을 빼앗기고 그녀와의 로맨스를 꿈꾸어 보기도 한다

뜻밖에도 주인공은 헬스클럽에서 만난  IT계통의 젊은 사장이 고문으로 영입하고자 하자 회계서류를 검토한 후 이에 응한다

모처럼 다시 일을 시작하자 활기에 넘치는 주인공..

그러나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고 기대에 부풀던 중 젊은 사장이 과로로 급사하는 일이 벌어진다

주인공은 퇴사를 하고자 하지만 젊은 임원들은 오히려 사장 자리를 제의한다

식구들이 말리는 것을 외면하고 주인공은 사장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부러워 이를 수락한다

그러나 미얀마에 수출한 제품 대금이 묶이게 되자 주인공은 결국 회사를 접고 그간 모아둔 노후자금까지 홀랑 까먹게 된다

짝사랑하던 동향 이혼녀는 가까운 인척의 내연녀가 된 것을 알게 되고..

아내는 40 너머 시작한 미용일을 토대로 독립가게를 내게 되지만 노후자금을 모두 까먹은 주인공은 죄의식에 아내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러던 중 고향을 찾은 주인공은 자신과 학교 다닐 때에 수석을 다투던 친구가 대학교수를 하다가 교통사고로 처와 아들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가 하던 카메라 가게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자신도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한다

아내도 졸혼에 동의하여 주인공은 고향에서 제2의 인생을 꿈꾸며 하향열차를 탄다>>

주인공의 넋두리처럼 '떨어진 벗꽃이나 남은 벗꽃이나 모두 지는 벗꽃'이다

조만간 누구나 은퇴와 그 이후의 고독을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작가는 여자인데 주인공처럼 동북 지방 출신이고 동경에 와서 공부를 하였고 70대 나이지만 아직 독신이다

그런데 작가의 말이 심상치 않다

'경력이 화려한 사람일수록 着地가 불안하다. 주목받은 인생일수록 낙차가 크다. 평범하게 산 사람일수록 연착륙을 하더라'

'예순이 넘고나니 갑자기 동창회가 잦아졌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은퇴한 친구들을 보니 다 똑같이 일렬횡대였다. 엘리트도, 미인도, 대학 못 간 친구도, 못생긴 동창도..'

마지막 말에서 안도감을 얻는다

나 혼자만 그런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또래들 뿐이다

친구들과 자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