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재 박사

   며칠 전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후배가 떨리는 목소리로 안부를 묻는다. 이북의 로케트 맨이 곧 적화통일시킬 것 같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저도 정신과 의사면서 나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하소연한다. 그 의사의 본뜻은 북남통일 직전인데 백성들은 안보불감증이요. 통치자들은 대책없을 뿐만 아니라 우방의 충고에 어깃짱만 놓고 있으니 속에 천불이 난다는 이야기다. 그 사람의 아버지는 탈북한 사람이고 어머니는 영주사람인데 한국전쟁때 고향에서 여성동맹의 간부로 빨갱이 노릇을 했다. 아마도 아버지 성향을 이어가는 모양이었다. 내가 말했다.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자 그는 이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몰라 화도 내지 못하고 욕을 참느라 목소리가 더욱 떨리고 있었다.

 그날 밤 꿈을 꾸었다. 지붕이 파란 기와로 된 집안을 거닐고 있었다. 한 밤인데도 어떤 방에 불이 훤히 켜져 있었다. 가까이가 들어다 보니 사무실인듯한 방에 어떤이는 앉고 어떤이는 서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모두들 파안대소를 하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창문에 기대어 말을 들어보니 자신들의 정치적 고향에서 원자탄에서 드디어 수소폭탄까지 만들었다며 너무 행복하다고 서로가 엄지 손가락을 쳐들고 있었다.

"요즘 밖에 나가 표정관리가 참 힘이 들어. 노골적으로 좋아할 수가 없으니..."

"아니 그래도 눈치 빠른 놈들은 알건데. 우리가 누군인지"

"이 모두가 선생님 덕이지. 퍼주고 또 퍼주어 오늘 그 열매을 맛보게 되었으니"

"난 구꼴통들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민족보다 더 높은 이데오로기가 어디 있으며 통일보다 더 값진 이론이 또 있을 수 있냔 말이다. 걔네들은 똥 개같은 놈들이지. 양놈들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아양떨고 있으니"

 "이니가 유엔결의를 하자 말자 돈을 이북에 준다고 했잖아 이 건 이북의 성공적 군사행동을 찬양하는 동포끼리의 축하선물인데도 멍청이들은 또 조공을 받친다거나 또는 야양을 떤다고 욕을 하고 있어 야! 정말 원자력 발전소 없는 세상 수구꼴통없는 세상 그런 청정지대에 살고 싶다."

 무슨 소린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꿈을 깼다. 아마 내가 몽중에 이북의 주석궁에 갔다 온 모양이다. 나이가 70을 넘으니 방향감각의 장애가 온다. 말도 삐뚤하게 들리고 청력도 많이 약해진 것 같다.

 신문과 방송이 선동하고 종북세력이 촛불을 드니 수구꼴통 정치인들은 도마뱀꼬리 자르듯 자신들의 군주를 스스로 탄핵을 하고 똘만이들은 도망가는 바람에 정권이 탈취되어 나라가 붉으스럼하게 되었다.이런 사태가 되었으면 몇 사람은 자살을 하고 그 똘만이들은 전부 정계에서 은퇴를 해야된다. 그런데도 아무도 잘못했다고 뉘우치는 놈이 없다. 정말 후안무치한 인간들이다. 때리는 서방보다 말리는 시에미가 더 밉다더니 도망간 똘만이 들이 종북세력보다 더 밉다. 어리석은 백성들은 우파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생각하고 반대파는 무얼하는 집단인지도 모르고 종북좌파에게 표를 던진다. 서해 5도에 북괴군이 점령하고 전면전을 선포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 국군들이 목숨을 걸고 휴전선을 돌파할까? 결과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대륙간 탄도탄이 실용적 성공을 하면 미국은 한국을 패싱하고 북괴와 대화를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군은 한반도에서 철수한다.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중공이 대륙간 탄도탄을 완성하자 미국은 대만에서 철군했다. 월남백성들이 스님들까지 나서 반전을 외치니 미국은 철군했다. 그리고 월남은 월맹이 되었다. 내 주변에 붉은 이빨을 들어내고 승냥이들의 소리없는 웃음소리를 들으니 모골이 송연하다. 약자가 주인되고 착취된 돈과 권력은 인민에게 재분배된다. 역사가 바로 서고 적폐는 청산되어 가고 있는 이 좋은 세상임에도 나는 불만이 그득하다. 선과 악을 구별못하는 증상 이게 노망의 시초가 아닐까? 어디 좋은 신경정신과 의사가 없나 빨리 가서 치료받아야 겠다. 쿠오바디스 도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