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덕천성결교회 목사, 김천혁신포럼 대표) 

  투표하기 편해졌습니다. 이틀 동안 사전 투표를 할 수 있군요. 19대 대선인 이번만 시행되는 건지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5월 9일(火)이 투표일입니다. 그 전 주(週)가 완전 징검다리 휴일입니다.

 4월 말부터 한 번 따져 볼까요. 4월 29일(土), 30일(日) 모두 쉬는 날입니다. 5월 1일(月) 노동절, 3일(水) 불탄일(佛誕日), 5일(金) 어린이날, 6일(土)과 7일(日) 쉬는 날. 5월 2일과 4일 이틀만 연월차 휴가를 낸다면 9일을 쉴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걸 감안하여 5월 4일, 5일 이틀을 사전 투표의 날로 정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놀러 가거나 여행을 떠나더라도 투표를 하고 가라는 배려 같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지배하는 현대는 개별성이 강해서 투표율이 매우 저조합니다.

  저는 오늘(5월 4일) 예정에 없던 사전 투표를 했습니다. 이유가 있겠지요. 지금 저희 집엔 장인어른이 와 계십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의 장인어른은 영천(永泉) 박영재(朴永宰) 시인이십니다. 다니러 오셨기 때문에 사전 투표를 하셔야 할 입장입니다.

   몸도 불편하신데 기권하시라고 농반진반(弄半眞半)의 말씀을 드려 보았습니다. 정색을 하십니다. 어림도 없습니다. 내일 하셔도 될 일을 당장 하자며 차비를 차리십니다. 제 차로 면사무소까지 모시고 갔습니다.

  투표장에 당도해서 마음의 동요가 약간 일었습니다. 정식 투표일에 할까 아니면 지금 해 버릴까. 제가 찍을 후보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5일 뒤에 한다고 해서 지지 후보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신분증도 소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투표를 하고 말았습니다. 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더군요. 귀가해서 뉴스를 들으니 지난 총선 때보다 두 배가 넘는 유권자가 사전 투표를 했다고 하는군요. 호응이 대단히 좋았다는 논평들이 나왔습니다.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꼭 참석해서 촛불 민심이 무언가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과거 운동을 같이 한 후배입니다. 자칭 꼬뮤니스트입니다. 그는 SNS 상에 찍을 사람이 없어서 기권을 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선거는 최선(最善)의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차악(次惡)의 후보는 뽑는 것이란 말이 있습니다. 뽑을 후보가 없어서 투표를 보이콧한다구요? 이것은 지적 교만입니다. 사전 투표일이 하루 남았고, 본 투표의 날도 유권자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투표를 꼭 하라는 당부의 문자입니다.

"가까운 동 사무소에 가서 투표 꼭 해라. 투표를 국민의 권리로만 생각하는데 의무이기도 하다. 아빠도 사전 투표했다."

독자 여러분들도 투표 꼭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