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도종환은 새삼스런 소개가 필요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접시꽃 당신> 이후의 도종환에 대하여는 잠깐의 언급이 필요하다
<접시꽃 당신>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86년이다
그 다음 해인 1987년 시인은 아내와 사별을 하였고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을 당하였다
감옥까지 갔다 왔다고 한다

1991년 뜻밖에도(?) 재혼을 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1998년 세상이 바뀌어 교사로 복직을 하였으나 건강이 나빠져 2003년 휴직을 하였다가 2004년 아예 사직을 하였다 그 이후 지금까지 보은의 한 산골에 칩거하며 글을 쓰고 있다 . 집 이름이 구구龜龜산방이란다

최근에 펴낸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를 읽고 그 산방을 찾고 싶은 생각이 났다
밭이 있는 영동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었다 .마침 시인은 집에 있었다. 집이 황토로 만들어져 있어 떨어져 나간 부분을 해마다 보수하여야 한단다.
그래서 인부들이 집을 수리하고 있었고 마당의 잔디밭에는 아주머니 두 분이 잡초를 뽑고 있었다
점심을 마친 직후라 밥상을 치우기 전까지 집을 한 바퀴 둘러 보았다 . 전면의 통유리가 특징적이다
시인은 통유리를 통해 밤 하늘의 별과 달을 쳐다보며 하늘을 온통 소유한 듯이 느낀다고 하는 글을 썼다
집의 왼편으로 큰 바위가 박혀 있었고 그 바위에 막혀 작은 연못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었다
입구에 문패대신 구구산방이라는 집 이름이 붙어 있다. 龜는 거북을 말하는데 집 주인이 거북처럼 오래 살라는 축원이 담겨 있다 . 시인은 거북처럼 느리게 느리게 살려고 노력 중이란다. 거실로 들어가 인사를 나누고 차를 한 잔 얻어 마셨다 . 사진에서 본 느낌대로 조용조용한 성품이다 . 가지고 간 책에다 시인의 서명도 받았다. <먼 산골까지 찾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청안淸安하시기 바랍니다> . '청안'은 요즘 시인이 지인에게 하는 인사법이다 . 맑고 편안하라는 축원이다

시인의 양해를 얻어 책꽂이에 꽂힌 책을 둘러 보았다 . 그가 읽고 있는 책들을 보면 독서 취향은 물론이고 성격까지 파악된다. 시인의 <접시꽃 당신>은 100만 부가 팔렸다 . 시집은 초판으로 2,000권을 찍어 낸다는데 1,000,000권은 아마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기록일 것이다. 그만큼 시인에게는 영광이기도 하였지만 멍에가 되기도 하였다 . 특히 재혼을 하면서 싫든좋든 시인에게는 많은 관심이 쏠렸다. 시인이 쓴 <폭설>이라는 시를 읽으며 그 때 마음을 유추해 본다

<폭설이 내렸어요/이십 년만에 내리는 큰 눈이라 했어요
그 겨울 나는 다시 사랑에 대해서 생각했지요
........
길을 내러 나갔지요/누군가 이 길을 걸어오기라도 할 것처럼
내게 오는 길을 쓸러 나갔지요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먼지를 털고/오랫 동안 사람이 살지 않던 내 가슴 속
빈 방을 새로 닦기도 했어요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내 사랑 누군가에게 화살처럼 날아가 꽂히기보다는
소리없이 내려서 두텁게 쌓이는 눈과 같으리라 느꼈어요
.................
내가 다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것은 다시 삶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며
더 이상 어두워지지 말자는 것이었지요>


아름다운 시라서 전문全文을 옮기고 싶었다. 친구들은 검색을 해서 시 전문을 읽어 보렴. 지금 시인은 혼자 구구산방에서 머물며 글을 쓰고 있다 . 부인은 주말에 가끔씩 오는데 따로 일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마침 이 날은 부인도 자리를 함께 하였다. 체구는 작지만 예쁘장하고 시인과는 달리 좀 당찬 느낌을 주었다
시인은 집 밖까지 따라나와 인사를 나누어 주었다'

                                                                                                  필자 : 이인구 변호사

*필자의 양해를 얻어 이곳에 옮겼습니다. 이 변호사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