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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소설가 김동리와 변호사 김평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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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목사(덕천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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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 목사 |
김동리와 김평우, 이 두 사람을 연결 짓기란 쉽지 않다. 한 사람은 문인(文人)이고 다른 한 사람은 법조인(현재 변호사)이다. 서로 하는 일의 연관성은 없다. 부자지간(父子之間), 그러니까 아버지와 아들 관계라는 것을 듣기 전에는 공통분모가 거의 없어 보인다.
동리(東里) 김시종(1913.12.21~1995.6.17)은 소설가다.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그의 소설이 수록될 정도로 유명한 작가이다. '등신불(等身佛)', '무녀도(巫女圖)' 등 소설은 문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교과서를 통해 읽었을 것이다
. 우리나라 문학 사조(思潮)를 여러 가지로 갈래지을 수 있다. 사실주의, 초현실주의, 모더니즘 등. 그 중 아직도 유효하게 적용되는 것이 순수 문학과 참여 문학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다. 사회가 진보함에 따라 문학의 경향도 지금은 더 다기(多岐)해졌다.
그러나 순수-참여의 틀은 아직도 우리 문학의 양대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긴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순수는 체제 옹호적이었고, 참여는 비판적이었다. 순수 문학은 문학을 위한 문학이었고 참여 문학은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문학이었다.
지금은 작고했지만 김동리를 순수 문학의 대부라고 했다. 따라서 정치적으로는 친 정권, 이념적으로는 반공, 경제적으로는 부르조아의 입장에 서 있었다. 당연히 그런 토양 위에서 글을 썼다. 따라서 동리의 소설에 이념과 정치 냄새가 나는 것은 거의 없다.
김평우는 동리의 둘째 아들이다. 경기고-서울대-하버드대 로스쿨-판사-변호사, 그야말로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다. 제45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까지 역임했으니 법조인으로서도 성공한 케이스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유신 때 국회부의장을 지낸 김진만이 그의 장인이다.
김평우 변호사가 지난 대통령 탄핵 사건 때 대통령 측 변호인단에 이름을 얹었다. 헌재와의 법리(法理) 다툼에서 그는 돌출 발언으로 탄핵 심판을 도리어 어렵게 만들었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진중하게 재판에 임했다면 8대 0, 재판관 전원 일치의 인용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 탄핵 심판정에서 보인 김평우의 돌출발언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대한변협은 그를 징계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런 김평우를 두고 아버지 김동리의 얼굴을 더럽힌 자라며 비난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는 탄핵 기각 등을 외쳐 대는 극 보수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서 선동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탄핵이 인용되면 서울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 등의 발언은 변호사로서 금도를 벗어난 언행이다. 소설가인 아버지(김동리)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도 했다.
모르는 소리다. 다른 건 몰라도 강자 지향적이고 체제 옹호적인 성향은 아버지 동리를 빼닮았다. 동리는 글로 말했지만 아들 김평우는 말과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 다르다고나 할까. 순자(荀子) 권학편(勸學篇)에 나오는 '빙수위지이한어수(氷水爲之而寒於水)'라는 말이 떠오른다.
누군가는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고 했다. 김동리-평우 부자를 보면서 이 정의가 부분적으로 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 김동리는 문학인으로서 최상층의 삶을, 아들 김평우는 법조인으로서 부르조아적 삶을 영위해 왔다. 서민들과는 동떨어진 삶이었다.
이런 사람들에게서 체제 비판적인 것을 기대한다? 민중적 사고(思考)를 바란다? 차라리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는 것(緣木求魚)이 더 나을 것이다. 탄핵 심판에서 돌출 언행을 보이고, 극우 태극기 집회에서 선동 발언을 한 김평우는 그렇게 할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는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
대통령 박근혜는 탄핵되었다. 최고 권력자라고 해도 국민의 의사를 반(反)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똑똑히 보았다. 이성적 사고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김동리-김평우 부자는 우리에게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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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4.4.27 토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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