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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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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구 변호사 |
나는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나왔다
내가 다닐 당시 우리 학교는 한 학년에 2반이었는데 인근 초등학교가 3-6학급씩 있었으니 비교적 작은 학교였다 2월 하순, 초등학교 졸업식에 초대를 받아 오랫만에 모교에 갔다 68회 졸업식이라고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내가 21회이니 47년 전 일이다 어느 새 반백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내가 졸업하던 날의 기억이 어제같은데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더니 정말 그렇다 내가 다닐 당시 학생 수가 800명을 넘었는데 이제 학생 수가 6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번에 졸업하는 후배가 16명인데 5학년은 3명, 2학년은 아예 1명도 없단다 이러다가는 몇 년 내에 학교 문을 닫을 지경이다
그렇잖아도 가까운 용산, 동부초등은 벌써 문을 닫은지 오래다 그 학교 졸업생인 친구들은 내 모교가 아직 건재한 것을 부럽게 여긴다 자기들은 체육대회도 다른 학교 운동장을 빌려서 하는 형편이란다
학생 수가 적다보니 예전에는 5, 6학년만 참석하던 졸업식에 코흘리개 1-2학년도 참석했다 그 아이들은 행사가 지겨운지 몸을 뒤틀고 자기들끼리 장난을 치고 논다 그래도 선생님들은 나무랄 수가 없는지 주의조차 주지 않는다
나와 동갑인 교장선생님이 내게 동창회를 대표하여 인삿말을 권하였다 코흘리개들을 상대로 일장 훈시를 할 수도 없어 준비해간 원고를 주머니에서 꺼내지도 않았다 '후배 어린이 여러분, 나 모르지요?' 일순 아이들 눈길이 내게 꽂힌다
'나도 오래 전이긴 하지만 여러분이 앉은 그 자리에 앉았던 사람입니다'로 시작하여 '문을 나서면 온갖 일을 겪게 될 것이지만 이 교정이 여러분에게 영원한 추억의 장소, 그리움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내 경험을 섞어 간단히 5분 스피치로 끝내고 자리로 돌아왔다
이어 졸업식 노래.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들을 적마다 콧날이 시큰하고 가슴이 서늘해지는 노래. 나도 모르게 눈물이 질끔 나왔다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참 심금을 울리는 곡이다 당시에는 이 노래를 부르며 여학생들이 눈물바다를 이루곤 하였다
식이 끝나고 혼자 교정을 돌아보았다
그 시절 나를 가르치시던 선생님들은 대부분 유명을 달리하셨고 부모님도 내 곁을 떠난 지 벌써 수 년이 지났다 변함없이 올려다 보이는 남산만 예전 그대로다 여기는 내 인생의 출발점이다. 살아 오면서 괴로울 때, 슬플 때, 이 곳을 찾아 인생의 좌표를 다시 잡곤 했던 기억이 났다
그 시절 친구들은 모두 어디에서 무엇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그래도 아직 그 장소가 그대로 남아 추억에 젖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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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4.4.27 토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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