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원에서 전주까지는 1시간 반이면 닿는 거리다

   전주는 콩나물탕, 비빔밥, 물짜장, 모주, 전병..맛있는게 많은 곳이다

  그래서 휴일에 점심 먹으러 더러 전주로 나가는데 전주에 다니다 보니 한옥마을 근처에 있는 <새벽강>이라는 술집을 알게 되었다 이 집은 전주의 문인, 화가 등 예술가들이 즐겨 들르는 집이라고 한다

신문에난 주인장 모습

  예술가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으니 우선 술값이 비싼 곳은 잘 가지 않는다 게다가 주인장이 예술을 이해하고 애호하는 사람이라야 예술가들이 꾀게 마련이다 이 집은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집이라고 한다 

주인장은 나와 갑장인 여자인데 아직 미혼이다 역시 갑장인 시인 박남준이 전주에 올 때마다 들리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주인장에게 물으니 박 시인과는 <절친>이라고 하네..

  역시 박 시인과 자주 만나는 소설가 공지영이 이 집에 들러 쓴 글을 읽어보니 주인장 음식 솜씨도 좋고 흥이 나면 가게 문을 닫아 버리고 손님들과 북, 꽹과리, 장구 등으로 걸판지게 놀기도 한단다

  아니나 다를까 가게 안을 보니 북, 장구 등이 한 켠에 놓여있다 메뉴도 없고 그냥 그때그때 마련된 재료로 굴전, 두부김치, 오뎅탕 등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같이 간 친구들과 위 3가지를 모두 시켜 놓고 한잔 마셨다
  김치가 내 입에 꼭 맞는 <묵은지>라 맛있다고 하였더니 3년 묵은 김치라고 하네. 어쩐지.. 벽에는 어느 화가가 그렸는지 그림들이 걸려 있어 팜플렛을 보니 교사를 하며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분이다

  판매도 한다고 하여 팜플렛에 인쇄된 그림으로 한 점 골랐는데 매화에 봄 비가 내리고 있는 그림이다
그림도 마음에 들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마침 화가가 그 자리에 있어 합석하여 술을 마셨다 

  조금 있으니 시인 김용택의 여동생이 술집에 놀러 왔다길래 같이 합석하였다 같이 놀러간 친구들과 연전에 김용택 시인의 집과 <그 여자네 집>이라는 시에 나오는 <그녀의 집>까지 찾아간 일이 있어 시인의 여동생과는 이야기가 술술 잘 풀렸다 

   혀가 꼬부라질 정도까지 술을 마시고 친구가 모는 차로 도리원까지 돌아왔다  술 마시던 기억은 아물아물한데 그때 산 그림이 그 순간을 기억하게 해 주네..

                                                         제공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은 호기심천국 아저씨

                                                                                                 이인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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