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동쪽 섭지코지에 <지니어스 로사이>라는 건축물이 있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하였다고 한다  안도는 알려지다시피 공고를 졸업하고 트럭 기사, 권투선수 등을 겪으며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하여 세계적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일부러 그러려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안도가 설계한 몇 개 건물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일본의 나오시마에 있는 지중미술관을 비롯하여 제주도의 본태박물관, 원주의 SAN 미술관, 그리고 이번 <지니어스 로사이>까지 도합 네 번째다

   안도 건물의 특징은 물, 돌, 빛을 건물에 끌어들이고 벽면은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한다는 점이다 <지니어스 로사이>도 그 점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입장권을 끊고 본 건물로 들어가기 전까지의 진입로 양쪽은 모두 제주도의 현무암을 모아 둔 공간이다 문을 들어서면 양쪽으로 물이 경사면을 타고 흘러내리게 되어 있다

  그리고 벽면의 뚫어진 공간으로는 바다 건너의 성산 일출봉이 마치 액자의 그림처럼 나타난다 벽면 바로 너머에는 제주의 봄을 상징하는 유채가 바람에 한들거리고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3개의 방이 있다

  첫째 방에는 <Diary 2007>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전면에 보이는 화면에 나무 한 그루가 달랑 보이고 관람객에게는 명상의 공간을 제공해 주겠다는 듯이 방석 몇 장이 놓여 있다 컴컴한 방에 방석을 깔고 앉았으려니 나무에 싹이 돋아나고 잎이 무성하다가 이윽고 낙엽지는 풍경을 차례로 보여준다


   낙엽이 지는 시간이 꽤 길다 나무 한 그루도 춘하추동을 겪듯이 사람의 일생도 마찬가지로 나서 자라고 늙고 죽는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일까?     나는 나무의 어느 시기일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어 나타난 방은 <어제의 하늘>이라는 제목. 말 그대로 어제의 하늘 모습을 찍어 두었다가 오늘 보여준다
지나 가 버린, 그래서 다시는 볼 수 없는 어제의 하늘을 오늘 이 화면을 통하여 다시 보게 된다 머리에 이고 살던 어제의 하늘을 오늘 발 밑으로 내려다 본다

   지나가 버린 세월은 그저 내려다 볼 뿐, 머리에 이고 살만큼의 가치는 없다는 뜻인가? 모든 것은 겪으며 그저 지나갈 뿐이다 그러기에 지금 <이 순간만이> 그리도 소중한 것이다

   마지막 방은 <섭지의 오늘>이다  화면에 일출봉의 모습만 오롯이 나타나 있다 역시 방석에 앉아 있으면 비가 오고 안개가 끼고 바람이 부는 일출봉의 모습을 차례로 보여준다

   안도는 지중미술관에서도 오직 세 작가의 작품만 전시하였다. 그나마 한 작가에 할당된 작품 수래야 고작 1-2개. 많은 것을 보여 주어 보았댔자 인간의 기억은 한계가 있다 강렬한 메세지를 전하려면 보여주는 작품 수가 적어야 한다

   이 곳 <지니어스 로사이>도 마찬가지. 기억하기도 어려운 이름,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Roci)>는 <땅의 수호신>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라고 한다 이 건물이 위치한 곳이 섭지코지의 배꼽에 해당한다고 한다

  바로 옆의 글래스 하우스(Glass house)는 섭지코지 일대의 바다를 내려다 보면서 차 한 잔 할 수 있는 카페 건물이다   역시 안도가 설계했다고 한다 주위 환경과는 다소 이질적인 재질의 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려다 보는 풍광만은 장쾌하였고 커피 맛도 훌륭하였다 

                                        제공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은 호기심천국 아저씨

                                                                            이인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