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맞이하고 보내며 
                                                                                                                                 
 

홍  진   영

  김천에 혁신도시가 들어서며 돈벼락을 맞은 사람들이 많다. 평생 농사나 지으면서 그럭저럭 살아가던 사람이 조상덕분에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것이다. 그 중에는 손수 열심히 농사를 지어 조금씩 농토를 넓혀서 부자가 된 사람도 있다. 자기 손수 재산을 이룬 집안은 조용하게 넘어가는 것을 보았다. 대부분의 가정은 평온무사하게 재산분배가 잘 되어 가족이 상처를 입지 않고 가정의 평화를 지켰겠지만 원수지간이 된 가정의 이야기도 가끔 귀에 들어온다. 딸이 남편과 작당하여 늙은 아버지를 정신병자로 몰아 구타까지 해가며 병원에 감금시키고 아버지의 재산을 노리는 패륜을 자행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돈 때문에 가정이 붕괴되고 가족이 남보다 못한 원수지간으로 변하여 왕래를 끊고 추석이나 설에도 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돈이 최고의 가치로 자리 잡은 사람들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저지른다.

   평균연령이 자꾸 높아지면서 노인 인구가 늘어난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일까? 사람이 오래 살다보면 욕볼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자기 스스로 밥을 먹고 변소에 드나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내가 아직 큰 병에 걸려 휠체어 신세를 져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할 자격이 없지만 존엄사 든 안락사든 찬성하는 쪽이다. 민속최대의 명절에 왜 이런 우울한 얘기를 꺼내느냐고 불쾌히 여길 독자도 많을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을 찾아와서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고 축복 받은 사람들이고 복을 많이 지은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밝히고 우리의 미래를 복되게 만들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식교육이 저절로 된다. 어느 잡지에서 子息敎育天下之大本이라는 글을 보았다. 농사 중에서 자식 농사가 가장 으뜸이 아니겠는가?

   산 넘어 산이라고 인생살이 기쁜 일이 있다가도 어느 순간에 먹구름이 끼는 날도 있다. 본인의 잘못은 아니지만 자식들 문제로 고통을 받는 집안의 어른도 있을 것이고, 철없는 어버이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며 마누라 눈치 보는 가장도 있을 것이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또는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온다.’ 라고 마음을 위로해보지만 명절이 되면 우울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結者解之라고 내가 먼저 용서를 구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베풀어보자.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내려놓으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이 된다. 그래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때는 하늘의 뜻에 따르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 는 믿음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일제도 박정희 대통령도 없애지 못한 민족최대의 명절 설이다. 구정이라는 말은 쓰면 안 된다. 일제가 신정이니 구정이니 하고 만든 말이다. 그냥 설이라고 부르자. 설에는 제사를 통하여 조상님들을 뵈옵는 날이다. 조상 앞에서 가정의 안녕을 빌고 가족의 화합을 다지는 날이다. 가정이 모든 사회조직의 기본 세포다. 이 세포가 튼튼해야 나라가 발전한다. 우리 가정과 가족들을 위해 나는 어떤 존재이며 내가 할 일이 무엇이며 나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섣달그믐에 깊이깊이 성찰하여 설날 아침을 따스하게 맞아보자. 김종길 시인의 말처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2016.2.   홍 진 영